남한과 북한의 의료 체계 및 질적 수준 차이로 지금부터 의료계가 통일을 대비한 준비를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통일 대비 보건의료 분야의 전략과 과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81세인데 반해 북한의 평균 수명은 69.5세로 한국의 30년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나 활동에 장애 없이 사는 건강수명도 북한은 62세, 한국은 73세로 10살 이상 차이가 났다.

사망 원인에서도 차이를 보였는데, 한국은 암이 전체 사망원인의 30%를 차지하고 심혈관 질환이 29%로 그 뒤를 이었지만 북한은 심혈관질환이 33%로 가장 많고 특히 감염성 질환이 25%에 달했다.
 
한국에서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의 5%에 불과했다.
 
또 북한은 영아 사망이 1000명 기준 26 명, 모성 사망은 10만 명 기준 81 명으로 한국보다 7~8 배 가량 높았다.
 
북한 아동의 영양 상태도 취약해 5세 미만 아동의 28%가 만성 영양결핍을, 24%가 빈혈 증세를 나타냈으며 결핵 발병률도 인구 10만 명 기준 409 명으로 아시아에서 동티모르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보고서는 북한 전체인구 가운데 취약계층으로 파악되는 355만 명을 대상으로 1차 의료에 중점을 둔 의료 지원과 의료전달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종합학술대회를 열고 통일을 위해 의료계가 준비해야할 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 상태에서 통일이 이뤄지면 보건의료 분야에서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대응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연세대학교 보건의료정책과 이명근 교수는 질적 격차·체제·시스템의 차이로 남북간 보건의료분야 통합이 매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 교수는 먼저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를 가진 한국과 달리 북한은 정부주도의 사회주의 제도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기에 성격이 다른 두 제도의 통합 과정에서 각종 도전과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또 남북간의 질병 양상의 차이가 많이 나는데 북한은 90년대 말 경제위기로 인한 식량난 이후 계속되는 경제문제로 인해 일반 국민들에게 충분한 보건의료 공급을 해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남북간의 각종 보건의료 지표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통일 후 그동안의 미충족 보건의료 수요가 일시에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의료인 면허에 관한 문제로 양측의 기존면허증 발급 인정여부와 또 그 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 윤석준 소장은 지난 1990년 통일된 독일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동독과 서독은 통일이 되기 16년 전인 1974년 여행할 때 발생한 질병에 대한 진료를 보장한다든지 전염병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이 공동 대처한다는 내용의 보건협정을 맺었다"라며 "동·서독 간 보건의료 분야는 인도적 단계로 분류되는 상징적인 조치였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한반도에서도 통일이 되기 전에 이런 일이 있었으면 한다"라며 "독일 통일이 주는 교훈을 통해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영증권도 최근 통일 이후 독일의 주식시장을 예로 들며 남북간 통일이 이뤄지면 의료부문 관련주가 수혜를 볼 것으로 분석했다.

신영증권은 통일 직전인 1990년 9월부터 통일 후인 2000년까지 업종별 주요 독일 기업의 주가 수익률을 비교해본 결과 우리나라도 통일 후 지역간 부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저소득층이 많이 거주하는 북한 지역의 자본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며 이 과정에서 의료주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외에도 미래 통일 한국을 대비한 의료계의 역할에 대해 의료 학회 등에서도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이사장 선경) 기획위원회는 서울대학교 통일의학센터와 함께 오는 16일 오후 1시 30분부터 국회의원회관에서 '통일의학포럼'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북한사회경제 인구변화가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북한의 심폐질환 역학 및 통일을 준비하는 흉부외과의 역할'을 주제로 진행되는 이날 포럼은 통일의학포럼 공동대표를 맞고 있는 국회 안홍준·김춘진·문정림 의원이 함께한다.
 
1부에서는 '북한의 사회경제적 변화가 대북 보건의료지원에 미친 영향'이라는 주제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황재성 본부장과 어린이어깨동무 최혜경 사무총장이 발표를 맡았다.
 
흉부외과학회에서 본격 진행을 맡은 2부에서는 서울의대 이정상 교수가 '통일시대를 맞이하는 흉부외과의 현황, 역할과 준비'를 강연하며 이어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이 '남북한 통일과정과 보건의료 협력 및 통합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